[흠집난 탈원전] 드러난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내막

ISSUE / 한미래 기자 / 2020-10-21 17:10:13

지난 2018년 6월 조기폐쇄 결정이 내려졌던 월성 1호기에 대해 정부가 경제성을 지나치게 낮게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 적힌 판매단가보다 낮게 책정된 판매단가가 그대로 평가에 사용됐고, 이 과정에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20일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가동 중단 결정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에 대해서는 보류했지만, 정부가 탈원전 강행을 위해 경제성을 일부러 낮췄다는 결과가 나온만큼 향후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월성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월성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용률도 낮게, 판매단가도 낮게… 수상한 산업부와 한수원



감사원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산업부과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용률과 판매단가를 분석한 과정에서 이상한 행보가 포착된다.


A회계법인은 지난 2018년 5월 한국수력원자력에 향후 44년간 월성 1호기의 평균 이용률을 85%로 적용한 경제성 평가결과를 제시했다.


한수원의 표준지침을 보면 이용률은 연간 발전가능량 대비 원자력 발전량 비율로 산정하도록 되어 있다. A회계법인은 원자력 발전량을 가동일수에 기준출력을 곱해 산정했으며, 정지일수 전망에 따라 이용률을 결정했다.


그러나 산업부와 한수원은 회의를 통해 이용률을 70%로 변경했다. 또한 일주일 후에 A회계법인과 산업부, 한수원 회의에서 이용률을 70%에서 60%로 변경했고, 또 다시 일주일 후에는 낙관(80%), 중립(60%), 비관(40%) 시나리오를 설정해 분석했다.


불과 2주일만에 이용률은 20%p를 하락했고, '낙관'에서 '중립'으로 변경된 셈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강화된 규제환경과 이로 인해 전체 원전 이용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고, 이용률 시나리오별로 분석결과를 제시한 점을 고려하면 60%로 변경한 것은 불합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판매단가 부분에서는 분명한 잘못을 짚었다.


한수원과 산업부는 2018년 5월11일 회계법인에 향후 44년간 원전 판매단가를 2017년 판매단가에서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토록 했다.


그런데 한수원 전망단가는 실제 원전 이용률이 한국전력공사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 수립시 예상 원전 이용률보다 낮을 경우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된다.


실제로 2017년 기준 한수원 전망단가는 55.08원/kwh로, 이는 같은해 판매단가인 60.76원/kwh와 비교해 5.68원/kwh(9.3%) 낮다.


감사원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회계법인에 이를 보정하지 않고 사용토록 했고, 그 결과 계속 가동시 전기판매수익이 낮게 추정됐다고 판단했다.



산업부 개입에도 조기폐쇄 타당성은 '판단 보류'



감사원은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지만, 가동 중단 결정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경제성 외에도 안전성과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동중단 결정'을 내린 것이고, 이는 이번 감사 범위에서 제외됐다는게 감사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의혹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산업부는 외부기관의 경제성 평가결과가 나오기 전에 월성1호기 조기 폐쇄 시기를 결정했고, 한수원 이사회가 즉시 가동중단 결정을 하는데 유리한 내용으로 평가결과가 나오도록 평과가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 또한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에 대비해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 또는 삭제토록 지시했다는 논란도 있다.


또한 한수원도 산업부의 기조에 발맞춰 패쇄시기에 대한 다른 대안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감사원은 월성 1호기 폐쇄 타당성에 대해서는 '판단 보류'를 내렸지만, 백운규 전 산업부장관에 대해서 재취업과 포상 등을 위한 인사자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감사자료를 당국에 통보키로 했다.



불붙는 탈원전 찬반 여론… "정책 강행" vs "즉각 폐기"



연합뉴스에 따르면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결과와 별개로 에너지 전환 정책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경제성에 대한 신뢰도 저하 지적만 있었을 뿐 전체적인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는 지적은 없었다며 수정없는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일부 절차적인 미비에 따른 기관 경과와 관련자 경징계뿐"이라며 "야당이 계속 주장해 온 배임 등의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실질적 사망 선고"라고 평가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감사원장 압박을 위해 친인척 행적까지 들춰대고 짜 맞추기 감사까지 시도했지만 진실 앞에서 모두 수포가 되었다"며 "대통령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탈원전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대한민국 원전산업 부활을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산업통상자원종소벤처기업위원회 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탈원 정책은 '국정농단'이었음이 드러났다"며 "수사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명확하게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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