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는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고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은 노동부의 최우선 정책 목표가 돼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장관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엄정히 수사하고, 위법한 사항에 대해서는 지위, 민간·공공 여하를 막론하고 엄벌해 현장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 에쓰오일 공장 화재에 연이은 사건사고 |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올해 근로 사망자는 늘어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6일까지 제조업 분야에서 운반·하역 작업 사망자는 25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운반·하역 작업 사망자는 7명이었고, 2020년 같은기간 사망자는 5명, 2019년 같은기간 운반·하역 작업 사망자는 13명이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올해 1월 27일부터 5월 14일까지 충청북도 내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는 11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5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울산 온산공단에 위치한 에쓰오일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원·하청 노동자 9명이 부상을 당했다.
23일 서울의 한 공립 학교에서 40대 공무원이 3층 외벽에 설치된 CCTV를 점검하던 중 8.6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사고는 늘어나는데 기업 경영 부담만 가중" |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오히려 기업 경영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은 지난 15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뚜렷한 산재 감소 효과는 없고, 오히려 불명확한 규정과 정부의 엄정 수사로 현장의 혼란과 기업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총은 관계부처에 6개의 항목의 시행령 개정에 대한 건의서를 제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월 3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중처법 전국 순회설명회에 참석한 5인 이상 기업 93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8.7%가 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 주최로 열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00일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기업들이 로펌 등 외부 도움 없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이날 "기업들이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로펌 등 외부 기관을 통한 법적 리스크 축소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자율적으로 안전 경영체계를 확립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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