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의 비극] 미적대는 대책, 우는 택배 노동자

WITH / 강은석 기자 / 2020-11-09 17:42:05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지난 8일 배송 업무를 하던 중 호흡 곤란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로써 올해 과로사로 사망한 택배기사는 모두 8명이 됐다.


게다가 이번 사망자는 CJ대한통운 대리점 측에서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작성토록 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배기사는 샌재보험 적용대상이지만 본인이 '산재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하면 보험적용에서 제외된다.


택배기사의 심각한 과로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정치권과 사회단체들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결과물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늘어난 택배 물량… 배송도 분류도 전부 택배기사 몫



정치권도 택배기사들도 반복되는 택배 노동자들 비극의 근본적인 이유로 '분류작업'을 꼽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택배 노동자들은 하루 13~16시간 일을 하며 그 중 절반 이상을 이 분류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나 택배기사들은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임금체계에서 분류작업에 대해서는 단 한푼의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2월부터 7월까지 택배 물동량은 16억5314만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0% 이상 늘었다. 배송량은물론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시간도 그만큼 증가했다.


이는 택배 노동자들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6년 125명이었던 산업재해 택배 노동자 수를 올해 6월(129명) 이미 넘어섰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추석 택배 분류작업에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대책위에 따르면 정부가 택배가 모이는 서브 터미널에 2067명의 분류작업 인원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투입된 인원은 전국적으로 300여명에 불과했다.


또한 자동분류시스템 확대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노동부의 방침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완 택배노조 위원장은 "시설 현대화가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가 없어 장시간 노동의 근복적 처방은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쿠팡의 직고용이 정답일까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정부에 택배 기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여줄 방안을 논의할 테스크포스 구성을 제안했다.


당정도 택배 노동자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9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물법)의 연내 처리를 재확인했다. 또한 택배노동자를 국민 안전과 사회 기능 유지에 핵심적인 대면 서비스 제공자인 '필수 노동자'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여전히 이 분류작업 개선에 대해서는 '만만디'다.


업계에서는 정치권에서 물류센터의 시설 확장 등을 고집하지 말고 직고용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택배회사 대리점에서 분류작업 전담직원을 고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쿠팡은 배송 노동자의 '주5일제 및 주52시간제'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 직고용이어서 가능한 시스템이다. 게다가 분류 작업도 별도의 인력을 채용해 맡기고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택배회사에서 분류작업 인원을 추가 확충하는 것은 택배비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또한 법적으로 개인 사업자인 택배 기사를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없는 택배회사에게 지나친 의무만을 부과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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