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친노'의 운명] 멀어진 김경수, 주목받는 이광재

강은석 기자

qhsh624@atdaily.co.kr | 2020-11-07 18:27:00

'친문 적자'로 불리며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중 한명으로 꼽히던 김경수 경남지사가 본격 경쟁이 시작되기도 전에 링에서 내려갈 판이다.


김 지사는 지난 2016년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통해 여론 조작을 공모한 혐의로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6일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댓글 조작 프로그램을 이용해 뉴스 기사 댓글 순위를 조작한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형이, 드루킹에게 센다이 총역사직 제공 의사를 표시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법정구속을 피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지사의 혐의가 일부 무죄로 판결됐고, 특히 공직선거법에 무죄를 선고하는데 피고인의 보석을 최소할 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김 지사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즉시 상고하겠다"고 말했다.



닭갈비 알리바이에도 재판부 드루킹 측 '손'



항소심 핵심은 '닭갈비 알리바이'였다. 2016년 11월9일 김 지사가 드루킹의 '킹크랩 시연회' 참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단서이기 때문이다.


드루킹 측은 김 지사가 함께 식사를 하지 않았고, 오후 7시에 도착해 1시간 가량 드루킹에게 직접 브리핑을 듣고, 이후 킹크랩 시연을 참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지사는 해당 일 오후 6시50분에 드루킹 사무실에 도착한 뒤 7시40분까지 저녁식사를 하고, 9시까지 전략회의를 한 뒤 9시15분에 사무실을 떠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드루킹 측이 포장해 온 닭갈비를 저녁식사로 먹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 드루킹 측이 저녁 5시50분께 닭갈비집에서 닭갈비 15인분을 포장결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닭갈비 가게 주인도 닭갈비를 포장해갔고, 영수증에 기입된 '25번 테이블'은 식사가 아니라 포장을 위한 가상의 테이블 번호라고 진술했다.


해당일 킹크랩이 구동된 기록을 보면 오후 8시7분부터 23분사이다. 김 지사의 주장대로라면 이 시간에 김 지사는 드루킹 등과 저녁식사를 하는 중이었고, 이는 김 지사와 드루킹, 그리고 킹크랩 개발자 3명이 시연에 참관했다는 특검과 드루킹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식사 여부'에 더 주목했다. 드루킹 측이 닭갈비를 포장해 간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닭갈비를 실제 김 지사가 먹었느냐는 것이 더 핵심이라는 것이다.


김 지사 측은 이에 대해 정확하게 진술하지 못했고, 식사 횟수 진술에서도 오류가 드러났다.


결국 재판부는 드루킹 측의 진술이 허위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김 지사의 '닭갈비 알리바이'를 배척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광재 의원 공식홈페이지)

'원조 친노' 이광재, 새 대권주자 떠오르나



김 지사의 정치적 위기는 당내 대권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김 지사는 당내 최대 세력인 친노ㆍ친문의 지지를 받는 차기 대권후보였던 만큼 그가 대권 구도에서 멀어질 경우 새로운 '친노ㆍ친문 후보'가 급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력한 여권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사실 당내 비주류 인사에 가깝다. 당분간 두사람의 양강구도가 지속되겠지만 친노ㆍ친문의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또 다른 경쟁자가 등장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좌희정-우광재'로 불렸던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목을 받는다.


이 의원은 13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노 전 대통령의 보좌진으로 정계에 발을 들어놓은 뒤 줄곧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한 핵심인물 중 한명이다. 박연차 게이트로 정계에서 퇴출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특별사면되면서 21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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