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또 망신] '박빙' 美대선… 샤이 트럼프의 위력
강은석 기자
qhsh624@atdaily.co.kr | 2020-11-09 15:46:40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압승으로 예상됐던 미국 대선이 초격차로 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표 직전까지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 확률이 80%가 넘을 것으로 점치던 언론과 여론조사업체들은 이번에도 망신살이 뻗치게 생겼다.
4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오전 3시22분 현재 바이든 후보가 22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13명을 확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같은 시간 폭스뉴스는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238명과 213명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선은 각 주 별로 투표를 실시하고 해당 주에서 승리한 후보자가 그 주에 배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바이든 후보는 워싱턴주를 비롯해 18개 주에서 승리를 거뒀고,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 주 등 22개 주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상태다.
그러나 남아있는 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네바다주와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니아,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주의 개표만 남아있는 상황에서, 네바다를 제외한 5개 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율이 앞서나가고 있다.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 예측 또 한번 뒤짚은 트럼프
뚜껑을 열기 전 주요언론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모두 바이든 후보의 낙승을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선거 직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의 승리 확률을 96%로 점쳤고, 선거분석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 역시 바이든 후보(89%)가 트럼프 대통령(10%)을 압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7.2%P 격차로 앞섰다.
그러나 개표상황은 '역대 최대 격차'라는 설레발이 무색할 정도다.
선거인단 확보수로만 보면 바이든 후보가 220명으로 213명을 확보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지만 남아있는 5개의 경합주에서 현재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다.
20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펜실베니아(개표율 64%)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55.8%로 43.1%에 그친 바이든 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고, 16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미시간과 조지아 주에서도 각각 52.2%와 50.5%로 46.2%와 48.3%를 획득한 바이든 후보를 이기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50.1% vs 48.7%)와 위스콘신(51.1% vs 47.4%)도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6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네바다주에서 50.0%로 47.9%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을 뿐이다.
물론 아직 대세가 기운 것은 아니다. 바이든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우편투표가 남아있어서 조지아주와 펜실베니아는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지금 상황만 보면 압승, 낙승을 예상하던 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의 전망과는 크게 차이가 있다.
4년간 절치부심 했다더니… 샤이 트럼프의 위력
지난 2016년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언론과 여론조사업체는 보두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승리를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는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압승이었다.
물론 힐러리 후보가 단순 득표수(48.08% vs 45.98%)에서 이겼지만 선거인단 수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304명을 확보해 227명에 그친 힐러리 후보를 크게 이겼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한 곳은 IBD/TIPP와 LA타임스 뿐이었고, 나머지 언론과 여론조사기관은 힐러리 후보의 낙승을 예상했다.
심지어 뉴욕타임즈는 대선 당일 오전까지도 힐러리 후보의 승리확률을 80% 넘게 점쳤다가 3시간만에 트럼프 당선확률을 94%로 바꾸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여론조사가 크게 틀렸던 이유는 숨은 트럼프의 지지자들 이른바 '샤이 트럼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 정책에 반감을 가진 백인 남성들이 여론조사를 회피했고, 또한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당하는 미국 사회에서 트럼프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이들이 솔직하게 답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020년 대선은 선거예측을 하기에 한층 더 난이도가 높아졌다. 1억명이 넘는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고, 또 선거일이 지나도 접수되는 우편투표로 정확한 표심을 측정하는 것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전 여론조사는 바이든 후보에 일방적인 승리를 낙관했던 터라 초박빙으로 진행되는 이번 대선에서도 또 다시 쓴맛을 봤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게됐다.
[ⓒ 디에코.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