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秋尹갈등] 정치도 국민도 갈라놓는 아전인수

윤승조 기자

sng1016@atdaily.co.kr | 2020-11-04 20:23:36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이제 조직 내 불화를 넘어 청와대와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설명해야 할 사안이 되어 버렸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4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윤 청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추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의 중앙 행정기관"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 청장이 국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데에 대한 청와대의 반박으로 읽힌다.


다만 노 실장은 "검찰총장은 임기가 보장된 정무직 공무원"이라며 두 사람 모두 해임할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계속되면 총리로서 개입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 질의에 출석해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싸움을 중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불필요한 논란이 계속되면 총리로서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각을 통할하는 총리로서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멈추지 않는 설전… 누군가 물러나야 끝날까



윤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전고검ㆍ지검을 방문하며 '가족의 애로사항을 듣고 등 두르려 주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일에는 법무연수원 진천 본원에서 초임 부장검사를 상대로 강연하며 "부장으로서 부원들에게 친한 형이나 누나와 같은 상담자 역할을 하고 정서적 일체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결속과 팀워크를 강조한 발언으로, 이는 최근 추 장관을 향해 공개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검사들에 대한 내부결속용으로 읽힌다.


또한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추 장관이 발동한 두 번의 수사지휘권을 후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추 장관도 가만있지 않았다.


추 장관은 법무부를 통해 낸 공식 입장문을 통해 "검찰총장의 언행과 행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고 국민적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추-윤 갈등… 與 vs 野 지지층 대결로 이어지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깊어지는 갈등은 두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높이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추 장관이나 윤 장관의 직무 수행에 대해 부정적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갤럽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직무 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한 이는 각각 32%, 39%로 조사됐다. 반면 부정적 답변은 각각 56%, 44%에 달했다.


문제는 이러한 답변이 정치 성향이나 지지정당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추 장관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62%)이 윤 총장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15%)보다 4배 이상 높았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로 윤 총장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84%)이 추 장관이 잘하고 있는 응답(2%)과 비교해 41배 차이가 났다.


야권 지지층의 윤 총장 지지는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로도 이어지고 있다. 특별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추 장관과 대립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강조하는 윤 총장이 反文연대의 대표적 인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알앤써치가 지난 25~26일 전국 성인 1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15.1%)은 이재명 경기도지사(22.8%)와 이낙연 민주당 대표(21.6%)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특히 홍준표 의원(6.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5.8%), 오세훈 전 국민의힘 의원(3.1%),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3.0%), 황교안 전 대표(2.5%) 등 야권 잠룡들과의 비교하면 압도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윤 총장의 '퇴임 후 국민을 위한 봉사' 발언과 맞물리면서 그의 정계 진출 공식화를 바라는 야권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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