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저버린 민주당] 대선 전초전 된 서울ㆍ부산 재보선
이재은 기자
leeje@atdaily.co.kr | 2020-11-04 17:04:42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치러지는 서울ㆍ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했다.
민주당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이 당헌은 지난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치 혁신 일환으로 '무공천 원칙'을 도입하면서 만들어진 당헌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권리당원 투표를 통해 이 당헌을 수정하고 재보선 후보를 공천키로 했다.
2일 민주당은 전체 권리당원 80만3959명 중 21만1804명이 권리당원 투표에 참여해 86.64%가 '당헌 개정 및 재보선 공천'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재보선에 후보를 공천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 부합한다는 지도부 결단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에서는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세금으로 충당되는 선거비용 838억원 전액을 민주당이 내라"고 일갈했다.
5년만에 폐기된 '무공천' 원칙… 신의 대신 실리를 택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여성 공무원과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했다면 지난 4월 사과와 동시에 시장직에서 사퇴했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7월 성추행 피소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성추행과 관련된 시장의 귀책사유로 시장지위가 공석이 된 것인 만큼 민주당은 당헌에 따라 내년 4월 치러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2022년은 20대 대통령 선거가 함께 실시되는 해로 서울시와 부산시는 경기도와 함께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19대 대선 기준 서울시와 부산시의 유권자 수는 각각 838만2999명과 295만224명으로, 경기도를 제외하면 두 도시의 유권자 수가 가장 많다.
두 도시의 유권자 수는 1097만3223명으로, 이는 당시 전체 유권자(4247만9710명)의 약 26%에 달한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득표수(1342만3800표)와 비교해도 약 250만표 차이가 날 뿐이다.
당시 서울시 유권자들은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41.08%의 표를 몰아줬고, 부산에서도 38.71% 지지율을 몰아주면서 당선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유권자 수가 가장 많고, 친여 성향이 강한 두 지역의 지자체장을 야당에 넘겨주기 아쉬울 수 밖에 없다.
'무공천 약속' 보다 대선 승리를 위해 두 도시에서 시장공천을 하고 지지세를 다져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배경이다.
1년짜리 시장직… 그래도 하겠다는 사람은 많다
8월 전국동시지방선거는 20대 대통령 선거(2020년 3월)가 실시되고 3개월 후(2022년 6월)에 실시된다.
그래서 내년 4월 재보선에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약 '14개월 짜리' 시장직일 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1ㆍ2위 도시라는 상징성으로, 또한 차기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 유권자를 보유한 지역이라는 점에서 여야 모두 쟁쟁한 후보들을 공천할 태세다.
민주당에서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정의경 질본청장이 거론됐다가 본인들의 부인하면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원내 인사로는 우상호 의원이 적극적이다.
부산시장은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오륙도연구소장, 박인영 부산시의원 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함이 강하다. 대선과 총선,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한 만큼 보궐선거를 반드시 이겨 2022년 대선 승리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문연대'를 통한 보수야권 단일후보론까지 나오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참신한 후보'를 내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등 무게감 있는 후보를 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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