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증세론] 주식양도세, 부동산세 그리고 서민증세

이재은 기자

leeje@atdaily.co.kr | 2020-10-27 16:49:00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주주는 현행 소득세법상 주식양도세 과세 대상으로, 정부의 안대로 대주주 기준이 완화되면 3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내년 4월 이후 주식을 팔아 수익을 내면 22~33%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과세 대상 폭을 넓힌 셈인데, 사실상 증세로 읽힌다.


이러한 증세 바람은 부동산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를 위해 현재 70% 수준인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보유세의 근거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더 많은 재산세를 내야하고, 특히 고가 부동산의 경우 공시가격 인상으로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되면 조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건강보험료 준조세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광범위한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화와 복지확대 등으로 재정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한파로 기업실적 악화와 내수부진으로 세원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증세는 사실 불가피한 선택이다.


반면 더 과감한 증세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의 최근 조치는 모두 '부자 증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계가 있는 부자 증세를 넘어 서민 증세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실화' 앞세운 부자 증세… 거세지는 조세 저항



문재인 정부는 증세에 대해서는 이상하게 입을 꾹 닫는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주주 3억원'과 '공시가격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도 그 이유로 '현실화'를 내세운다.


대주주 범위 확대는 국내 주식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주식 양도에 대한 과세 형평성을 해소하고, 또한 주식 부자들이 현행 세법을 악용해 주식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공시가격 인상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값비싼 아파트를 보유하고도 시세와 동떨어진 공시가격으로 인해 지나치게 적은 세금을 내던 부자들에게 현실에 맞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당연히 강한 조세저항이 일고 있다.


이미 주식을 거래할 때 증권거래세를 내고 있는데 양도차익에 대해서 세금을 또 부과하면 '이중과세'라는 주장이 나온다. 또한 이미 80%에 육박한 15억원 이상 아파트의 공시가격과 달리 67.1%에 머물고 있는 6~9억원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보면 90%로 올릴 경우 중산층 세금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시가격 현실화가 서민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당도 고민하는 부분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시가격 현실화로 서민 재산세 부담이 늘어나서는 안된다"며 "중저가 1주택을 보유한 서민 중산층은 재산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계가 있는 '부자증세'… '서민 증세'도 고민해야 할 시점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세법개정안은 사실상 '부자 증세'에 가깝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7월 '2020년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하면서 "조세 중립적인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며 "증세논란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핀 셋' 부자 증세에 가깝다는게 확연히 드러난다.


새 세법개정안이 적용되는 내년부터 향후 5년간 중산층이나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세금은 1조7688억원 감소하는 반면, 고속득자와 대기업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1조8760억원이 늘어난다. 종합부동세율과 소득세율 인상으로 인한 효과다.


물론 같은 기간 전체 세수 증가분이 676억원(순액법 기준)에 불과하니 증세는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도 일견 타당하다.


문제는 이 정도 세수 증가로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안 재정지출액은 555조8000억원이다. 반면 내년 재정수입 규모는 483조원으로 72조8000억원이 적자다. 게다가 이 적자폭은 2024년까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2022년에 589조1000억원인 정부 지출은 2023년에는 613조1000억원, 2024년은 640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5.7%씩 증가하는 반면 정부 지출은 2022년 505조4000억원, 2023년 527조8000억원, 2024년 552조2000억원으로 연평균 3.5% 늘어난다.


그 결과 적자폭은 2022년 123조2000억원, 2023년 128조2000억원, 2024년 127조5000억원에 달하고, 그 결과 2022년에는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9%에 도달하게 된다. 정부는 2024년까지 50% 후반대로 관리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급격한 국가채무비율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대규모 증세가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 실장은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상당히 빠르게 올라가는 만큼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조심스럽게 증세론이 나오고 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자의 30% 이상이 세금을 안내는 상황"이라며 "증세를 한다면 이들도 일부 세금을 내고 부유층뿐 아니라 세금을 내는 중산층, 서민들의 세금도 일부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 디에코.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