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美대선판도] 트럼프의 마지막 '건곤일척'은

강은석 기자

qhsh624@atdaily.co.kr | 2020-10-15 09:07:08

21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승부추가 이미 기울어진 모양새다. 주요 언론과 선거 여론조사 업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벌어지는 형국이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의 대결에서도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는 밀렸던 트럼프 대통령이 극적으로 승리한 적이 있어 속단하기는 힘들지만, 이번에는 그 차이가 너무나 극명하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는 기적과 다름없다는게 미국 내부의 분위기인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특기인 SNS를 활용한 지지층 결속과 이슈 만들기로 선거판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의 약점이 더 드러나고, 지난 선거에서 자신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다시 한번 힘을 모아주면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의 승리' 예상하는 여론조사 결과들… 힐러리때와 다른 점은



미국의 선거 조사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는 전날 내놓은 선거예측에서 바이든 후보가 35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86.1%라고 발표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확률은 13.4%에 불과했다. 영국의 '더 이코노미스트'도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확률을 91%로, 트럼프의 승리확률은 9%로 점쳤다.


여론조사도 모두 바이든 후보로 기울어진 상태다.


내셔널GE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은 52% 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43%로 9%P의 격차가 났고, IBD/TIPP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11%P(53% vs 42%)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퓨 리서치 등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는 10% 내외로 벌어진 상태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선거 직전까지 지지율에서 앞서다가 정작 실제 투표에서는 뒤짚혔던 사례를 들며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엔 지난 대선 전 여론조사와 너무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3% 남짓이었지만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이미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상당하다. 이는 지난 24년간 실시된 미국 대선 전 여론조사 중 가장 큰 격차인데다, 대권 도전 후보자와 현직 대통령으로는 84년만의 가장 큰 차이다.


도박사들도 일치감치 바이든의 승리를 점치는 분위기다. 미국 온라인 베팅사이트인 스마켓(Smarkets) 등은 13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바이든 후보의 대선 승리 확률을 63.8%,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확률은 33.2%로 점치고 있다. 선거인단 확보수는 334(바이든)-204(트럼프)로 예측됐다.



트럼프 지지단체인 수퍼팩이 공개한 바이든의 신체 접촉 논란 광고 영상 중 일부분



바이든의 연이은 구설수와 부족한 이슈메이킹



바이든 후보는 최근 연이은 '상원의원 출마' 실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을 들어야 했다.


그는 9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내 이름은 조 바이든이며, 미 상원의원에 출마했다"고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한달만에 똑같은 실수를 또 되풀이했다.


폭스뉴스는 12일 보도에서 바이든 후보가 오하이오 털리도에서 한 유세연설 중 "민주당의 일원으로 상원의원에 출마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올해 77세다. 트럼프 측은 이를 바이든의 약점으로 삼고 '치매' '구시대 인물' 등의 프레임 공격을 해왔다. 반복되는 실언이 트럼프 측에서는 좋은 공격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소수인종과 여성을 위한 대통령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논란도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도 집에서 격리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흑인 여성들이 가게 진열대에 식류품들을 쌓아뒀기 때문이라는 발언이 담긴 동영상이 유출되기도 했고, 지난해에는 여성들의 허리와 어깨에 손을 올리는 이른바 '못된 손'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또한 이번 선거가 '반 트럼프 집결'로 흘러가는 것도 바이든 후보에게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실 바이든 후보의 높은 지지율은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인종차별 논란'이라는 악재로 미운털이 박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사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다시 말해 바이든 후보의 업적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호감에 기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여기에 바이든 후보가 '이슈'를 만들고 이를 주도하는 능력이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상당히 부족한 면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 대선 후보 TV토론이 엉망이 된 이유도 트럼프 대통령의 말끊기와 끼어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반대로 바이든 후보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에 휘말려 끌려다닐 뿐 제대로된 반격도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흑인들을 내보내 연설을 하게 하고, 자신의 코로나19 방역 대응이 옳았고, 백신 개발 등 결과도 훌륭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약점을 알고 이를 보완하고, 반격에 나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혀 승산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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